책 판매 사이트 '알라딘'에 중고 거래 섹션이 생겼다. 이거 아주 편하다. 다른 헌책 거래 사이트가 계좌를 확인하고 직접 배송업체를 선정하는 등등 귀찮은 잔일이 많았던데 반해, 알라딘 중고 섹션은 알라딘이 일종의 중계업자 역할을 맡기 때문에 아주 좋다. 배송도 알라딘 지정업체를 이용할 수 있고 돈 거래도 중간에서 알아서 해준다(구매자가 알라딘 측으로 입금하면 거기서 10%를 떼고 내 계좌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게다가 한국 최대 인터넷 서점인 만큼 구매자에게 노출될 가능성도 압도적으로 큰 편이다. 혹여나 해서 쌓여있던 책과 dvd를 한번에 올려놓았는데 이틀만에 책 열댓권과 DVD 일곱개를 판매했다(십여만원이 갑자기 생겼지만 그걸로 또 책 주문했으니 뭐....). 가격은 자신이 적정하게 매길 수 있는데 알라딘에서 책 상태 등등을 체크해서 적정가격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어놨다. 알라딘. 마음에 든다.
그래서 무슨 책을 새로 주문했냐고?
100 Masterpieces from the Vitra Design Museum Collection. 물론 한국어판인 "의자와 함께한 20세기 디자인"을 구입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위대한 의자, 20세기의 디자인: 100 Years – 100 Chairs" 전시때 도록으로도 판매했던 책인데. 잘 만들어진 의자에 페티시적 감동을 느끼는 나로서는 사지 아니할 수 없었던 책이다. 의자는 정말로 아름답다. 의자는 '기능적 물건'이라는 점에서 어떤 제품보다도 더 디자인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의자 디자이너들은 인간의 몸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들은 그저 아방가르드한 예술 사기꾼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인간들이다. 하지만 많은 의자들이 많은 경우에 현대 디자인의 모든 사조를 선두지휘했던 것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돈이 좀 생긴다면 내가 가장 돈을 쓰고 싶은 것은 의자와 소파들이다. 가장 사고 싶은 의자들은 아래와 같다.
찰스와 레이 임스가 디자인한 LCW(라운지 체어 우드). 이 간결한 판붙임 나무의자의 아름다움.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아른 자콥슨의 에그체어. 베를린에서 묵었던 호텔 로비에 이 의자들이 있었다. 평생이라도 앉아있고 싶더라.
에로 아르니오의 암체어. 칸영화제 가면 해변에 이 의자 널려있다.
역시 에로 아르니오의 버블체어. 꺅. 천장에 두어개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책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미켈레 데 루키의 '퍼스트'. 맞다. 요즘 나의 두뇌는 완전히 '스페이스 에이지' 시절에 꽂혀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바로 그 소파. 르 코르뷔지에가 디자인한 '그랜드 콘퍼트'. 이건 내 고양이용.
이베이에 갔더니 오리지널은 거의 몇천달러 이상. 카피도 천달러는 족히 가더라. 돈. 많이 벌어야 겠다. 혹은, 가구 디자인이나 배워볼까. 온갖 Bitch와 개구라꾼들과 캐사기꾼들이 모여서 서로 할퀴어대는 패션계나 미술계에 뛰어드는 것 보다야 훨 우아하고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기능적인 직업 아닌가 말이야.(뭐 물론. 꿈이다) 그래도 소원을 빌어보자. 하느님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국가별로 이런 직종에 종사하도록 저를 다시 창조해주소서. 일본에서 태어난다면 아오이 유우를 꼭 빼닮은 그라비아 모델출신 아이돌 배우. 영국에서 태어난다면 요리사(이게 말이 되는 세상이 오다니!). 미국에서 태어난다면 서부와 동부를 오가는 '톰 오브 핀란드' 스타일의 트럭 운전수. 프랑스에서 태어난다면 프로방스 지방의 와인 농사꾼. 이탈리아에서 태어나면 역시 가구 및 산업 디자이너. 한국에서 태어나면.
하느님. 다음 세상에서 제가 꼭 한국에서 태어나야 하는건 아닐것으로 알고 있겠사옵니다. 아멘.